폴 폴먼 유니레버 회장은 지속가능경영에 유독 관심이 많다. 비영리 단체인 '기업 및 지속가능 발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카버코리아를 22억7000만유로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다음날인 26일 그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최고경영자의 97%는 지속가능성이 미래 사업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장기적 가치의 창조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폴먼 회장이 보기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환경 개선과 빈곤 퇴치 같은 사회적 기여와 더불어 멀리 보고 투자하는 전략에서 나온다. 카버코리아 인수는 후자에 속한다. 연 매출이 4300억원에 불과한 회사에 3조원을 베팅한 것은 장기투자 가치를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카버코리아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유니레버가 취약한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퍼스널 케어 부문 사장도 "이번 인수로 스킨케어 시장이 가장 큰 북아시아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먼 회장이 최근 주목받았던 사건은 유니레버를 1430억달러에 사겠다는 워런 버핏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였다. 인수 금액이 낮다고 판단한 이유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두 회사 합병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버핏도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사인 유니레버의 복잡한 구조와 브렉시트 등 불확실성이 높아 인수를 포기했다. 유니레버 투자자들은 실망했고 폴먼 회장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그는 경영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며 주주들을 달랬다. 일부 식품사업부를 매각하고 카버코리아같이 장기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들을 사들이며 지속성장 기반을 다진 것이다. 폴먼 회장은 이미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여러 차례 주목받았다. 2010년 미국 샴푸 업체 알베르토쿨버에 37억달러를 베팅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P&G에 입사해 27년을 근무한 뒤 네슬레를 거쳐 2009년 유니레버에 합류했다. 외부 인사로 유니레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다. 그가 취임한 이후 기대한 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자 주주들은 불만이 많지만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유니레버를 좋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신념엔 변함이 없다. "후손들에게 나쁜 미래를 물려주는 기업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 가디언과 인터뷰하며 폴먼 회장이 강조한 말인데 지속가능경영이 왜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