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들이 모여있는 도심 속 골목 안에는 오래된 기와집에
3대가 모여 사는 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70이 넘었어도 고물상을 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를 둔
할머니는 아침부터 부산스러움을 피워대고 있답니다.
“밤에 춥게 자서 그런지 으슬으슬 하네”라고 오들오들 몸을 감싸며 혼잣말을 하면서 출근하기 위해 세수를 하러 나온 아들이
“어머니! 왜 찬물에 빨래하시고
그래요, 그러다 큰일 나요“
“아비야 밤새 추웠지? 보일러가
새벽에 고장이 났지 뭐냐.
아랫마을 김씨한테 전화를 해봤는데 아버지가 위독해 시골에서 올라오려면 2~3일은
더 걸린다는데 어떡하냐“
“어머니 물 데워서 하세요” “내
걱정을 말구 세수할 물은 마당 연탄불에 데웠으니 우선 그물로 세수하고 출근하렴”
“ 그럼 제가 먼저 쓸 테니 나중에라도 데워서 하세요”
“내 걱정은 말어”
아들이 서둘러 나간 자리를 더듬어 손녀딸이 학교에 가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할머니, 나 머리 감아야 된다 말이야” “마당 연탄불 위에 물로 먼저 씻으렴”
“할머니! 여기 물 좀
남았으니까 그물로 빨래해 그러다 동상 걸려 “
“오냐…. 오냐 고맙구나”
햇살이 보드라와진 아침을 건너 아들과 손녀딸이 멀어져간 마당 한켠에서 찬물로 빨래를 하는 할머니를 보며 “임자...!
오늘은 나도 일찍 나가봐야겠는걸, 세숫물 좀 데워주구려“
아침이 뱉어놓은 서두름 속에 마당 한 쪽에 놓인 연탄불 위 양동이에서는
할아버지를 불러 달라며 김을 뿜어 말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영감! 서둘러 나오세요, 물이 다 데워졌네요“ 옷과 모자로 출근 준비를 한 할아버지를 보며
“아니 씻지도 않고 옷부터 입으면 어떡해요?”
“임자 오늘은 내 그냥 가리다,
그리고 날 위해 끓여 놓은 물은 당신을 위해 쓰구려“
“쓰지도 않을 거면서....“ 왜
데워달랬슈“
“임자 더운물로 빨래하라고 그랬지.
하하”
한가롭게 떠 있던 해님이 하늘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대문을 향해 걸어가는 할아버지는
소에게 고기를
주고서 좋아하는 사자처럼 나의 자리에서 내 만족감으로 하는 배려는 진정한 배려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진정한 배려|
작성자 노자규